
아르메니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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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신화에서 태양과 영생을 상징하는 문양 아레바하치(Arevakhach, Արեւախաչ) |
아르메니아 신화는 다른 고대 신화들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문자 기록이 극도로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문헌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이 전승해 온 고유의 신화적 기록과 사제들의 전설은 서기 301년 아르메니아가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는 대대적인 종교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이교도의 우상이자 척결 대상으로 규정되어 대부분 파괴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아르메니아 신화의 실체는 5세기경 기독교 역사학자인 모브세스 호레나치가 저술한 《아르메니아사》에 파편적으로 채록된 구전 가요와 민간 전승, 그리고 히타이트나 신아시리아 등 주변 강대국들의 비문 기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척박한 문학적 및 지리적 토대 위에서도 아르메니아 신화는 험준한 아르메니아고원의 자연환경을 반영한 독자적인 신앙 색채를 뚜렷하게 유지했다.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은 척박한 산악 지형과 극단적인 기후를 마주하며 자연의 힘을 의인화하여 숭배했는데, 특히 태양[1]과 불은 만물의 근원이자 진리의 상징으로서 가장 신성한 숭배 대상이었다. 이 태양 숭배는 우주의 영원한 회전과 질서를 상징하는 아르메니아 고유의 문양인 '아레바하치(Arevakhach)'를 탄생시켰고, 각 가정의 화로는 가문의 안녕과 직결된 성소로 여겨져 불을 꺼뜨리지 않는 관습으로 이어졌다.
또한 아르메니아고원에서 가장 높은 아라라트산을 하늘과 땅을 잇는 우주의 중심축이자 신들의 거처로 여겼으며, 세반호나 반호 같은 거대한 호수에는 가뭄을 일으키거나 물을 수호하는 거대한 용인 '비샤프(Vishap)'가 살고 있다고 믿어 물가에 '비샤파카르(Vishapakar)'라는 물고기 모양의 돌기둥을 세워 달랬다. 천둥과 번개는 하늘의 분노이자 대지를 정화하고 비를 내리는 신성한 권능으로 숭배되었고, 사자, 황소, 독수리 같은 강인한 동식물 역시 신들의 화신이자 왕국의 상징으로 삼으며 고원 지대에 최적화된 자연 숭배 신앙 체계를 확립했다.
기원전 15세기에서 13세기경 아르메니아고원 서북부에 존재했던 고대 국가 연합체인 하야사-아지 시기는 아르메니아 민족의 형성과 함께 원시 아르메니아 신화의 기틀이 마련된 시기다. 하야사-아지의 신앙은 이웃한 히타이트 제국의 점토판 비문을 통해 그 실체가 일부 전해지는데, 히타이트와 하야사-아지가 맺은 평화 조약 문서에는 조약의 증인으로 수많은 하야사의 신들이 등장한다. 신앙의 정점에는 '우구르(Ugur)'라 불리는 최고신이 존재하여 모든 신들의 아버지이자 통치자라는 일신교적 최고신 관념의 시초를 형성했다.
기원전 9세기부터 6세기까지 아르메니아고원을 재패한 우라르투 신화로부터도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 우라르투는 칼디(Khaldi)와 테이스파스(Theispas)와 시비니(Shivini)의 3신을 주요 신으로 숭배했다. 이 중 최고신인 칼디가 가졌던 위상은 이후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에게서 영향을 받아 아르메니아 신화의 최고신 아라마즈드(Aramazd)로 대체되었으며, 테이스파스는 바하근(Vahagn)으로, 칼디의 아내이자 풍요의 여신인 아루바니(Arubani)는 아나히트(Anahit)로 갈음되었다.
아케메네스 왕조와 헬레니즘 제국의 지배를 거쳐 고대 아르메니아 왕국에는 우라르투의 토대 위에 조로아스터교와 헬레니즘 문화가 융합된 신화가 등장했다. 이 시기의 신화는 단순히 자연에 대한 숭배를 넘어 왕권의 신성함을 뒷받침하고 민족의 영웅적 서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신격의 구체화와 성격의 확장이다. 모든 신의 아버지이자 지혜의 창조주인 아라마즈드는 아르메니아 왕실과 국가의 수호신으로 평가받았고 헬레니즘 시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동일시되었다.[2] 또한, 바하근은 단순한 번개의 힘을 넘어 괴물 용인 '비샤프'를 사냥하는 구체적인 영웅 서사를 지니게 되었고, 이는 왕국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사건들과 결합하였다. 아나히트는 '황금의 어머니'로서 국가의 수호신이자 왕실의 안녕을 보장하는 존재로 격상되어 아르메니아 전역에서 가장 광범위한 숭배를 받았다.
신화의 구조는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뚜렷하게 띠었다. 신들은 빛과 생명, 질서를 수호하는 존재들로 묘사되었으며, 이에 대항하는 어둠의 정령들과 괴물들의 존재가 부각되었다. 특히 인간의 운명을 기록하는 티르(Tir)나 지혜의 여신 나네(Nanè)와 같은 신들이 추가되면서 인간의 삶과 도덕, 학문 전반을 신화적 틀 안에서 해석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이러한 신들은 각기 대응되는 그리스의 제우스,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 등과 동일시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아르메니아 왕국이 서방의 헬레니즘 문화를 수용하며 자신들의 신화를 보편적인 문명 세계의 신들과 연결하려 했던 것을 반영한다.
그리고 신과 인간 영웅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민족의 역사가 신화로 편입되었다. 시조 하이크(Hayk)의 전설은 이 시기에 이르러 아르메니아 민족의 독립성을 알리는 국가적 서사로 확립되었다. 영웅들이 신의 가호 아래 불가능한 과업을 수행하거나 아라(Ara the Beautiful) 대왕처럼 죽음과 부활의 주제를 담은 전설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왕국 시절의 신화는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자 동시에 민족의 역사와 도덕, 예술으로써 기능했으며 아르메니아가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까지 민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러한 척박한 문학적 및 지리적 토대 위에서도 아르메니아 신화는 험준한 아르메니아고원의 자연환경을 반영한 독자적인 신앙 색채를 뚜렷하게 유지했다.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은 척박한 산악 지형과 극단적인 기후를 마주하며 자연의 힘을 의인화하여 숭배했는데, 특히 태양[1]과 불은 만물의 근원이자 진리의 상징으로서 가장 신성한 숭배 대상이었다. 이 태양 숭배는 우주의 영원한 회전과 질서를 상징하는 아르메니아 고유의 문양인 '아레바하치(Arevakhach)'를 탄생시켰고, 각 가정의 화로는 가문의 안녕과 직결된 성소로 여겨져 불을 꺼뜨리지 않는 관습으로 이어졌다.
또한 아르메니아고원에서 가장 높은 아라라트산을 하늘과 땅을 잇는 우주의 중심축이자 신들의 거처로 여겼으며, 세반호나 반호 같은 거대한 호수에는 가뭄을 일으키거나 물을 수호하는 거대한 용인 '비샤프(Vishap)'가 살고 있다고 믿어 물가에 '비샤파카르(Vishapakar)'라는 물고기 모양의 돌기둥을 세워 달랬다. 천둥과 번개는 하늘의 분노이자 대지를 정화하고 비를 내리는 신성한 권능으로 숭배되었고, 사자, 황소, 독수리 같은 강인한 동식물 역시 신들의 화신이자 왕국의 상징으로 삼으며 고원 지대에 최적화된 자연 숭배 신앙 체계를 확립했다.
기원전 15세기에서 13세기경 아르메니아고원 서북부에 존재했던 고대 국가 연합체인 하야사-아지 시기는 아르메니아 민족의 형성과 함께 원시 아르메니아 신화의 기틀이 마련된 시기다. 하야사-아지의 신앙은 이웃한 히타이트 제국의 점토판 비문을 통해 그 실체가 일부 전해지는데, 히타이트와 하야사-아지가 맺은 평화 조약 문서에는 조약의 증인으로 수많은 하야사의 신들이 등장한다. 신앙의 정점에는 '우구르(Ugur)'라 불리는 최고신이 존재하여 모든 신들의 아버지이자 통치자라는 일신교적 최고신 관념의 시초를 형성했다.
기원전 9세기부터 6세기까지 아르메니아고원을 재패한 우라르투 신화로부터도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 우라르투는 칼디(Khaldi)와 테이스파스(Theispas)와 시비니(Shivini)의 3신을 주요 신으로 숭배했다. 이 중 최고신인 칼디가 가졌던 위상은 이후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 마즈다에게서 영향을 받아 아르메니아 신화의 최고신 아라마즈드(Aramazd)로 대체되었으며, 테이스파스는 바하근(Vahagn)으로, 칼디의 아내이자 풍요의 여신인 아루바니(Arubani)는 아나히트(Anahit)로 갈음되었다.
아케메네스 왕조와 헬레니즘 제국의 지배를 거쳐 고대 아르메니아 왕국에는 우라르투의 토대 위에 조로아스터교와 헬레니즘 문화가 융합된 신화가 등장했다. 이 시기의 신화는 단순히 자연에 대한 숭배를 넘어 왕권의 신성함을 뒷받침하고 민족의 영웅적 서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신격의 구체화와 성격의 확장이다. 모든 신의 아버지이자 지혜의 창조주인 아라마즈드는 아르메니아 왕실과 국가의 수호신으로 평가받았고 헬레니즘 시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동일시되었다.[2] 또한, 바하근은 단순한 번개의 힘을 넘어 괴물 용인 '비샤프'를 사냥하는 구체적인 영웅 서사를 지니게 되었고, 이는 왕국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사건들과 결합하였다. 아나히트는 '황금의 어머니'로서 국가의 수호신이자 왕실의 안녕을 보장하는 존재로 격상되어 아르메니아 전역에서 가장 광범위한 숭배를 받았다.
신화의 구조는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뚜렷하게 띠었다. 신들은 빛과 생명, 질서를 수호하는 존재들로 묘사되었으며, 이에 대항하는 어둠의 정령들과 괴물들의 존재가 부각되었다. 특히 인간의 운명을 기록하는 티르(Tir)나 지혜의 여신 나네(Nanè)와 같은 신들이 추가되면서 인간의 삶과 도덕, 학문 전반을 신화적 틀 안에서 해석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이러한 신들은 각기 대응되는 그리스의 제우스,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 등과 동일시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아르메니아 왕국이 서방의 헬레니즘 문화를 수용하며 자신들의 신화를 보편적인 문명 세계의 신들과 연결하려 했던 것을 반영한다.
그리고 신과 인간 영웅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민족의 역사가 신화로 편입되었다. 시조 하이크(Hayk)의 전설은 이 시기에 이르러 아르메니아 민족의 독립성을 알리는 국가적 서사로 확립되었다. 영웅들이 신의 가호 아래 불가능한 과업을 수행하거나 아라(Ara the Beautiful) 대왕처럼 죽음과 부활의 주제를 담은 전설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왕국 시절의 신화는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자 동시에 민족의 역사와 도덕, 예술으로써 기능했으며 아르메니아가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까지 민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자리 잡아 왔다.
알렉산드로스 3세의 정복 이후 헬레니즘 문화가 유입되었을 때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동일시되며 그 신성함과 최고신으로서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졌다. 아라마즈드를 모시는 거대한 중앙 신전은 고대 아르메니아의 종교적 중심지였던 아니(Ani) 요새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왕국의 국왕들은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거나 전쟁에 임할 때 반드시 아라마즈드의 이름으로 제를 올리고 그의 신성한 가호를 구했다. 그는 빛과 정의의 군대를 이끌고 어둠의 세력에 대항하는 우주 질서의 수호자였기에,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아라마즈드는 세상의 도덕적 법률과 정의를 확립하는 절대적인 교훈의 상징이었다.
- 아나히트(Anahit, Անահիտ)
'황금의 어머니(Voskemayr)'라는 칭호로 널리 알려진 아나히트는 풍요와 치유, 그리고 생명과 여성을 관장하는 아르메니아 신화의 가장 자비롭고 위대한 여신이다. 이란 신화의 물과 풍요의 여신 아나히타(Anahita)와 동일시되지만, 아르메니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토착 신앙과 결합하여 왕실의 안녕을 상징하는 신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부정한 것을 정화하고 대지에 싹을 틔우며 산모와 갓난아기를 보호하는 생명의 원천으로 숭배받았기에, 그리스인들은 그녀를 사냥과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동일시하기도 했다. 에리자(Eriza)[4]에 있었던 그녀의 주 신전에는 눈부신 황금으로 주조된 아나히트의 거대한 신상이 안치되어 있었는데, 고대인들은 매년 수확기나 봄이 찾아오는 길목에 대규모 축제를 열어 그녀의 은혜에 감사하는 제를 올렸다. 서기 301년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에도 그녀가 가졌던 자애로운 어머니로서의 이미지는 성모 마리아의 토대로 고스란히 이어져왔다. - 바하근(Vahagn, Վահագն)
불과 전쟁, 그리고 격렬한 폭풍우를 관장하는 아르메니아 신화를 대표하는 영웅신이자 '용 사냥꾼(Vishapakagh)'이라는 신화를 가진 존재다. 고대 구전 가요에 따르면 그는 하늘과 땅, 그리고 자줏빛 바다가 산고를 겪는 가운데 바다 속에서 붉은 갈대 줄기가 피어오르고, 그 갈대 끝에서 연기와 불꽃이 뿜어져 나오며 황금빛 머리카락과 횃불 같은 눈을 가진 청년의 모습으로 역동적으로 탄생했다. 이는 원시 인도유럽 신화 고유의 천둥신 서사와 이란 신화의 승리의 신 베레트라그나(Verethragna)의 요소가 우라르투의 테이스파스와 동화된 결과물이다. 헬레니즘 시기에는 그 괴력과 용맹함 덕분에 그리스의 헤라클레스와 동일시되었으며, 아르메니아 군인들과 왕들은 전장에 나설 때 승리의 화신인 바하근의 이름을 외치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특히 대지를 가뭄으로 몰고 가고 인간을 파멸시키려는 거대한 악의 용 '비샤프'들을 추적하여 잔혹하게 사냥하고 토벌하였다고 한다. - 아스트기크(Astghik, Աստղիկ)
사랑과 아름다움, 그리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밤하늘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금성(샛별)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다. 그녀의 이름 자체가 아르메니아어로 '작은 별'을 의미하며,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풍요와 사랑의 여신인 이난나(Inanna) 혹은 이스타르가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의 물 숭배와 융합해 구체화되었다. 헬레니즘 시기에는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완벽하게 매칭되었고, 불과 전쟁의 신인 바하근과 연인 관계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가 고원의 맑은 강가에서 목욕을 할 때 지상의 청년들이 그녀의 아름다운 나체에 매혹되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여신은 주변에 짙은 안개를 짙게 피워 자신을 보호했다고 전해진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은 장미 꽃잎을 바치고 서로에게 맑은 물을 뿌리며 사랑과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를 열었는데, 이 고대의 축제는 기독교화 이후 오늘날까지도 아르메니아 최대의 국가적 물 축제인 '바르다바르(Vardavar)'라는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 미흐르(Mihr, Միհր)
빛과 태양, 그리고 정의의 신이다. 고대 페르시아의 태양과 맹세의 신인 미트라(Mithra)를 기원으로 두고 있으며 최고신 아라마즈드의 총명한 아들로 설정되어 신과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엄격한 약속과 맹세를 철저히 감독하는 도덕적 심판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고대인들은 그의 눈부신 빛이 세상의 모든 어둠과 거짓을 낱낱이 밝혀낸다고 믿었기에 미흐르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순수한 정의의 상징으로 추앙받았고, 헬레니즘 시기에는 그리스의 아폴론과 동일시되었다. 가혹한 겨울의 기운이 꺾이는 2월은 미흐르에게 바쳐진 신성한 달이었으며, 아르메니아인들은 대지에 빛과 온기를 되돌려주는 미흐르를 기념하기 위해 들판과 마당에 거대한 모닥불을 피우고 그 위를 뛰어넘으며 액운을 쫓는 불의 축제 '트른데즈(Trndez)'를 개최했다. 기독교 수용 이후에도 이 풍습은 아르메니아의 '주님 봉헌 축일(Dyarnuntarach/Trndez)'이라는 기념일로 남아서 매년 불을 피우며 새해의 축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로 남아있다. - 티르(Tir, Տիր)
지혜와 문학과 예술의 신. 그는 아르메니아의 시조인 하이크의 아들로 알려졌다. 티르는 아라마즈드의 비서로서 꿈을 해석하고 사람이 살아생전에 했던 착한 일과 나쁜 일을 기록했으며, 죽은 사람의 영혼을 지하세계(저승)로 데려가는 저승사자의 역할도 맡았다. 그래서 기원전 330년부터 아르메니아에 고대 그리스의 올림포스 신앙이 들어오자, 티르는 지혜의 신인 아폴론이나 저승사자의 역할을 했던 헤르메스와 같은 신으로 여겨졌다. 티르를 섬기는 신전은 오늘날 아르메니아 서부의 도시인 아르타샤트에 있었다. 또한 고대 아르메니아 달력의 4번째 달은 티르의 이름을 따서 트레(Tre) 또는 트리(Tri)라고 불렸다. - 바나투르(Vanatur, Վանատուր)
환대와 나그네의 신. 아르메니아고원의 가혹한 자연 환경 속에서 외지인을 대접하는 관습이 신격화된 존재이다. 새해 축제와 풍요로운 수확을 관장하기도 한다.
- 비샤프(Vishap, վիշապ)
아르메니아 신화의 대표적인 '용'. 주로 물가나 산꼭대기에 살며 가뭄을 일으키거나 폭풍을 부르는 존재로 묘사된다. 주로 아라라트산처럼 눈 덮인 높은 산꼭대기나 세반호, 반호 같은 깊고 거대한 호수 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며, 가뭄을 일으키거나 폭풍을 부르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비샤프는 단순히 파괴만을 일삼는 절대악이 아니라, 높은 산 위의 맑은 샘물과 수자원을 독점하고 통제하며 대지에 생명력을 공급하는 물의 수호신이라는 신격도 있었다.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은 이 거대한 영물의 분노를 달래고 풍요로운 물을 얻기 위해 고원 곳곳의 호숫가와 강가에 '비샤파카르(Vishapakar)'라고 불리는 물고기나 뱀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을 세워 지극정성으로 제를 올렸다. 이후 바하근의 등장으로 그의 사냥 대상으로나 등장하게 되었다. - 아랄레즈(Aralez, արալէզ)
날개가 달린 개의 형상을 한 신비로운 정령으로, 아르메니아 신화 속에서 인간에게 가장 자비롭고 따뜻한 구원의 존재로 추앙받았다. 이들은 주로 하늘이나 높은 산악 지대에 무리를 지어 살아가다가,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전장에서 용맹하게 싸우다 쓰러진 위대한 왕이나 영웅들의 소식을 들으면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아랄레즈는 깊은 상처를 입고 숨을 거둔 영웅의 몸을 정성스럽게 핥아 상처를 깨끗이 치유하고 그 영혼을 다시 육신으로 불러들여 완벽하게 부활시키는 신비로운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후술할 잘생긴 외모 때문에 아시리아의 삼무 라마트 여왕의 침략을 받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아르메니아의 아라 대왕 전설에서도 그를 되살리기 위해 아랄레즈들이 내려왔다는 일화가 매우 유명하다. - 데브(Dev)
이란 신화에 나오는 거인이자 악마인 디브(Div)의 아르메니아 버전. 주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동굴이나 험준한 바위산 속에 숨어 살며 인간을 납치하거나 마을을 약탈하지만 때로는 지능이 낮아 영웅들에게 속기도 하는 전형적인 민담 속 괴물의 모습을 띤다. - 알(Al)
주로 산모와 갓난아기를 괴롭히는 사악한 정령. 전설에 따르면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과 철로 된 날카로운 손톱을 가졌으며, 강가나 습한 음지에 숨어 지내다가 인간 가정을 파멸시킬 기회를 노리는 기괴한 형상으로 묘사된다.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은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출산 전후로 발생하는 산모의 사망이나 영유아의 갑작스러운 돌연사 등 비극적인 현실의 공포를 이 '알(Al)'이라는 정령의 소치로 돌려 해석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아르메니아 전통에서는 알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모의 침대 머리맡에 철로 된 가위나 칼을 두어 철 손톱을 가진 알을 위협하거나, 방 안의 불을 절대 꺼뜨리지 않고 빛을 유지하는 등 독특한 민간 예방 풍습을 발전시켰다.
- 하이크(Hayk, Հայկ)
아르메니아의 시조이자 영웅. 거대한 활의 명수로, 폭군 벨(Bel)을 사살하고 아르메니아인들을 자유의 땅으로 인도했다. - 아라(Ara, Արա)
'아름다운 아라(Ara the Beautiful)'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고대 아르메니아의 왕으로 너무나 수려하고 완벽한 외모와 높은 도덕성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명성을 들은 인접 강대국 아시리아의 강력한 여왕 삼무 라마트는 그에게 매료되어 자신의 구애를 받아들이고 아시리아의 통치자가 되어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건넸다. 그러나 아라는 자신의 조국인 아르메니아와 고향에 있는 아내 누바르(Nvard)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 여왕의 유혹과 협박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거절당한 여왕은 군대를 이끌고 아르메니아를 침략했고, 아라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섰으나 치열한 전투 끝에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에 슬퍼한 여왕은 아랄레즈들을 불러 그의 상처를 핥아 부활시키려 했다는 전설을 남겼다.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31~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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