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혼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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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英混用體

1. 개요2. 한영혼용체 사용례 및 옹호3. 학술계의 문제점

1. 개요[편집]

한글라틴 문자(로마자)를 섞어 쓰는 문체를 말한다. 영어병기와는 다르고 굳이 따지자면 국영문혼용체의 축소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부러 한국어로 쓸 수 있는걸 외국어로 바꾸어 쓰는 보그체와도 다르다. 엄밀히는 영어 말고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등 라틴 문자를 쓰는 모든 언어가 해당되니 한글-로마자 혼용체라고 하는게 맞겠으나 영어가 대표적이라 한영혼용체라고 한다.

보그체는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데 비해, 한영혼용체는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외국어(주로 고유명사, 학술 용어 등)나 약어, 인명 등을 라틴 문자로 표기한다. 한국어와 영어는 문자가 서로 달라서 어색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이런 건 모든 언어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고급 어휘가 부족한 언어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발전에 있어 좋은 현상은 아니기에 지양해야 하는 글쓰기이다. 복잡하고 구체적인 개념을 담을 수 있는 고급 어휘가 많은 언어일수록 지식의 축적과 발전,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수월해진다. 일본메이지유신 이후로 인재들을 해외로 유학보내고 번밀레를 돌려서 온갖 신조어를 양산한 것도 일본어의 고급 어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한영혼용체의 대표적인 예로는 UN이나 NATO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영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을 주 대상으로 하는 분야, 특히 과학기술 분야와 예술계 등의 서적에선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2. 한영혼용체 사용례 및 옹호[편집]

유독 번역체와 관련이 깊은 문체이기도 하다. 대체로 한영혼용체를 쓰는 이유는 분명한 의미 전달을 위한 것이다[1].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아직 한국어번역된 말이 존재하지 않거나, 한국어로 번역된 말이 부적절하여[2] 잘못된 개념을 낳기 쉬운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라틴 문자를 쓰기도 한다.

예) presumption이란 영어 낱말은 한국어로는 흔히 '가정'이라고 옮기지만 실제 영어에서의 뉘앙스를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으므로 이하 본문에서는 원문을 그대로 기재한다.


다량의 논문 인용이 있는 경우에 인명을 표기할 때도 많이 쓰인다.

예) 이런 점에서 Milton Friedman의 서술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렇게 인명을 로마자로 그대로 적는 것은 인명의 발음을 몰라 한글로 적기 힘든 경우,[3] 또는 발음을 알아도 모든 인명을 하나하나 한글로 표기하기가 번거롭거나, 외래어 표기법이 실제의 발음과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 외래어 표기법은 발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통일된 표기를 정립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애초에 외국어 발음을 한글로 정확히 옮긴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글쓴이가 외래어 표기법이 싫다고 하면 굳이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도 있다. 또한 이와 같이 외국어 고유 명사를 한글이 아니라 Latin Alphabet으로 적으면 이것이 외국어 고유 명사라는 시각적 효과를 분명하게 줌으로써 눈에 잘 띈다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에는 로마자를 못 알아보는 한국어 화자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로마자 단어를 한글로 굳이 표기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한글 표기시 혼란이 일어나거나 한글 표기를 놓고 논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그냥 로마자 그대로 적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한국어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이나 재외동포, 유학생 등이 쓰기도 한다. 다만 이쪽은 한글 대신 로마자를 직접 쓰는 것을 제외하면 보그체에 더 가깝다.

예)Korea는 굉장히 traditional한 thinking에 사로잡힌 것 같아요.
(한국은 굉장히 전통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것 같아요.)


단체 등을 나타내는 영문 약자의 경우 가독성 때문에 쓰인다고 볼 수도 있다. 한겨레의 경우 이러한 약자조차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독성에 관해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를 참고하자.

예 1) IAEA는 23일(현지시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예 2) 국제원자력기구는 23일(현지시간)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대량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그밖에 몇몇 영문 약자들은 습관적으로 널리 쓰이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정원'(定員), '인원 배정'의 의미로 사용하는 TO[4]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자연과학, 공학 등의 이공계, 의학 분야는 영미권 학술지 위주로 이론이 전파되고 발전하는 특성상 개념을 나타내는 주요한 단어가 전부 영어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영혼용체를 쓰게 된다. 이 분야에서 한영혼용체는 사실상 해당 전공자들이 사용하는 피진이며, 이들이 피진을 구사하는걸 들어보면 보그체가 서러워서 울고 갈 정도다.

예) organometallic compound라고 하면 좁은 의미에서는 metal-carbon bonding이 있는 화합물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보면 nitrogen oxide, dinitrogen, phosphine 같은 것들이 metal과 covalent bond를 만든 것도 이것과 유사한 characteristic을 보이지. 유기화학 시간에 Grignard reagent를 배웠을텐데, 아주 대표적인 organometallic compound야. 여기 magnesium이랑 carbon 사이에 sigma bond가 있는 게 보이지?


해당 전공자들은 이런 말들을 입말로 구사한다. 이 예시의 내용은 학부 고학년 수준 수업에 해당한다. 공유 결합 같은 건 충분히 한국어 번역어로 대체해도 되지만, 애초에 이런 수업에서는 강의 자료 ppt도 영어고 강의 교재도 영어라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도 많다. 눈으로는 covalent bond를 읽으면서 입으로는 '공유 결합'이라고 말하는 게 한두번이면 모를까 수업 시간 내내 그 짓을 하기엔 교수도 학생도 힘든 일이다. 여기서 짚어봐야할 문제는, 영문 학술지에서 수많은 개념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상항에서 '이 단어는 한국어로 이렇게 번역하자.'라고 주도적으로 권위 있는 규범을 만들 수 있는 기관이나 사회적 합의체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화학회가 온갖 비난을 들어가면서까지 화학 술어(術語)를 영어 발음을 기준으로 개정하는 이유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결정적으로 해당 전공 종사자나 학생, 교수 모두 기본적인 영어는 읽고 쓸 수 있다. 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전공 교재들부터가 죄다 영어로 돼있다.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자. 우선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개발, 출판되는 교재는 시장성 문제인지 기초 학부 수업용 교재 정도뿐인 반면에, 영어로 개발, 출판되는 교재는 차고 넘친다. 다음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전문 번역자가 번역하는 교재가 없다시피하다보니,[5] 한국어로 번역한 교재는 읽기가 힘들 정도로 번역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그나마 이렇게라도 번역된 교재조차도 많지 않다. 결국 어지간해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영어 원서를 그대로 쓰게 된다.

개중에 간혹 개념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나온 것이라면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한글+영어+한자 혼용체'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일본의 생물학 수준은 세계구급이기 때문에, 생물학 관련 서적에서 종종 아래와 같은 '한한영(韓漢英) 혼용체'가 등장한다.

(예) HIV는 complex retrovirus로 여러가지 효소를 virion 내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cDNA를 transfaction해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逆相遺傳學的[6]으로 설계된 vector가 필요하다.


인문사회 계열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미권 학술지가 학문 발전을 주도하는 경영학과경제학과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3. 학술계의 문제점[편집]

중국이나 일본, 인도, 아랍권 등 수많은 문명의 저서들을 편찬한 찬란한 역사가 있는 영국의 경우 자기들이 번역하기 어렵다고, 또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번역되지 않은 외국어를 직접삽입하는 경우는 없다. 영국이 나름 세계사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문화강국이라고 했을 때, 영국인들의 그 문화의 저력은 바로 라틴어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이래 외국의 수많은 서적들을 자기언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고 그것들을 다양한 계층들의 일반대중들이 흡수하고 그것을 통해 뛰어난 학자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배출됐다는 것이다. 번역이 어렵다, 한글로 표기하기가 어렵다 핑계를 대면서 번역이 아니라 받아쓰기를 하는 짓은 능력이 떨어지는 번역자의 부끄러운 자질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지 결코 핑계가 될 수 없다. 음역하기가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중국이나 일본인들은 잘도 음역하고 의역하고 다 하는데, 우리만 못 한다는 것은 실력의 문제이다. 그리고 번역하기 어려운 개념은 괄호안에 원어를 표기하고 각주 등을 통해 부가설명으로 해결 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번역은 정답이 없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번역들이 탄생하면서 그 어려운 외국어의 본래개념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번역들이 축적될 때, 그 나라의 기초학문의 성과는 늘어난다. 한국 기독교, 천주교의 그 위대하고 방대한 성서한글번역이 없었다면 과연 인구의 3분의 1이 기독교인 현대한국이 가능할 수는 있었겠는가? 의학개념만 해도 한국은 한의학이고 현대의학이고 토씨 빼고는 전부 외국어다. 현대의학이 영어이고 한의학이 (고전)중국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의학에서의 한중일 삼국의 번역률은 중국과 일본이 95%라면 한국은 10%도 안 된다. 이것은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만약 중국과 일본은 가능한데 한국만 번역하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한국어가 기본적으로 모자란 언어이거나, 또는 학자들의 번역실력이 중국과 일본인들에 비해 무능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일부 사람들은 굴절이 많은 한국어 구조상 중국어나 영어를 애초에 완벽하게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비슷한 굴절어인 핀란드어의 사례를 보면 그것도 사실상 말이 안되는 것이다.

한영혼용체의 또다른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국어파괴' 현상에 해당하는 문체라는 점이다. 한글, 한국어로 써도 딱히 이상이 없는 부분까지 '적당한 번역어가 없다'라고 하면서 쓸데없이 영문으로 쓰는 태도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런 식의 글쓰기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어 사용 환경을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고, 학술적 발전의 측면으로 보아도 이롭다고 할 수 없는 퇴행적인 현상이다.

외국어로 된 개념이나 고유명사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학술에서 필요한 것은, 적당한 번역어를 하루라도 빨리 찾아내서 한국어로 쓰도록 하거나 한글로 올바르게 표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외국어들을 원어 그대로 쓰는 것은 좁은 시야로만 바라보아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학문의 진보적 의의를 저버리는 것이고,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하여 지식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학문의 교육적 의의를 저버리는 것으로서 매우 안이한 태도이다. 한국어라는 언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이러한 글쓰기 태도는 결국 학술적 언어로서의 한국어의 발전이라는 근본적 측면을 명백히 훼손하는 것이다.

[1] 사실 엄밀히 말해 번역의 능력이 결여되서 그런 것이다. 구미권만 해도 일개국어화자대상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인명, 지명 등의 고유명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자국어로 번역하며, 특별한 경우에 조차 그 발음을 자기네 문자(알파벳)로 표기하지 절대 다른 나라 문자를 그대로 삽입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는다. 번역이 어렵다면 최소 발음만이라도 한글로 적고 괄호안에 원어를 적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2] 살짝 뉘앙스가 다른 뜻을 지닌 일상 용어로 번역된다거나 하는 경우.[3] 특히 폴란드 - 헝가리 - 체코 이런 쪽 사람들 이름은 정말 알파벳을 봐도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몰라서 미치고 펄쩍 뛰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동남아 쪽도 상황은 비슷.[4] table of organization : 인원 편성표[5] 전공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번역이 미숙하고, 전문번역가는 전공지식이 풍부하지 못하다. 이런 사정이야 어느나라를 가나 당연한 현상이지만, 문제는 이 둘 사이에 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 번역가들은 전공서적 번역을 거의 하지 않는 형편이고, 몇몇 교수들(과 불쌍한 핫산 대학원생들)이 자체적으로 전공서적 몇몇을 번역하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그 사람들은 번역이 매우 미숙하다.[6] "역상유전학적"이라는 뜻. 이 부분은 일본에서 나온거라 한자로 적기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일본은 물리학이나 생물학과 같은 순수과학 분야에서 알아주는 동네다. 생물학 전공자들 중에 일본어를 익혀서 그쪽으로 유학가는 경우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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