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의 성폭행 기억은 억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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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진실
2.1.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2.2. 오기억의 형성2.3. 고발당한 가족들2.4. 근친상간을 부추기는 상담심리사 업계2.5.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가 나서다.
3. 뒷이야기4. 대중매체

1. 개요[편집]

유년시절의 성폭행 기억은 억압되어서 기억을 못한다는 인터넷 상의 도시전설.

유년시절에 성폭행을 당한다면 성인이 되어도 기억을 못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창작물에 많이 이용되는 소재며 이것을 사실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2. 진실[편집]


거짓 기억이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수많은 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되살린 성추행 기억으로 아버지를, 가족을 고발하여 법정에 세운 것이다.

- E. Loftus

당신의 기억은 녹화 장치 같은 게 아닙니다. 차라리 위키백과에 가깝죠. 모두가 그것을 수정할 수 있거든요.

- E. Loftus


미국에 널리 퍼진 심리 상담 관련 이야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의 매우 적절한 사례. 대부분의 심리학 교과서들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인간 기억의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난 뜬소문. 아동 성범죄 문제를 다루는 개인과 단체들이 반드시 극복하고 선을 그어야 할 마녀사냥적 행태. 그리고 사법부무죄추정의 원칙을 경시하면 안 된다는 간접적인 반면교사. 또한 미국에서 아동 성범죄가 얼마나 혐오받는지 보여주는 사례. 더불어 지난 90년대 초엽을 지배하며 미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도시전설.

피해자의 주장만을 근거로 무고한 사람에게 처벌이 가해졌다는 점에서는 서울대 성폭력 대책위 사건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본 문서의 경우에는 진짜 거짓된 내용이 머리에 심어진 것이고, 피해자는 이를 진실이라 굳게 믿었다는 점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 역시 또 다른 의미로 안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서울대 성폭력 대책위 사건은 실제로는 권력 다툼까지 첨예하게 맞물린 일방적 병크에 가깝다.

2.1.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편집]

1992년, 베스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직업과 관련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치료사는 그녀의 증상이 어렸을 때 성 학대를 당한 희생자들이 보이는 증상과 유사하고 지금 자신을 너무나 학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치료사는 그녀에게 자가최면술을 가르쳐서 숨겨있는 기억이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최면의 상태로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치료사는 과거에 자신을 학대했던 예를 상세하게 기억하게끔 도움을 주었다.

몇 달 후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여 베스는 7살 때부터 8살까지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끔찍한 기억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두 번 임신시켰는데 첫 번째는 옷걸이를 이용하여 낙태시켰고 두 번째는 그녀 스스로 그러한 행동을 하게 했다.

베스의 아버지는 딸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것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녀의 가족 대변인의 주장에 따라 베스는 부인과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베스는 한 번도 임신한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아직 성관계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한 학대는 그녀가 회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발생하지 않았었다. 베스는 그녀가 한 말을 취소했다. 그녀는 오히려 그녀의 어린 시절의 성 학대 기억을 회복하게 도와준 치료사를 고발해서 100만 달러의 돈을 받았다.

- 《학습과 기억》, M.A.Gluck et al., p. 483

미국 전역에서 위의 사례와 같은 종류의 소란이 이어졌다. 예시로 든 사건은 수많은 사례 중 단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해피 엔딩으로 끝난 경우이다. 기승전고소로 끝났다는 게 참 미국적인 이야기.

1990년 무렵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미국의 심리치료사들이나 자칭 상담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을 봐 주고 있었다. 급속히 발전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기분부전장애섭식장애, 불안장애 등을 호소했고 확실히 사회 전체에서 심리 상담 수요는 폭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담심리사들은 이들의 문제점을 최대한 그 근본부터 파헤쳐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바로 그 노력이 문제였다. 상담가들은 "충격적인 경험을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억지로 잊으려 하거나 무의식 속에 묻어두는 경향이 있다" 고 생각했다. 이것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과도 관련이 있다.

프로이트는 이미 엘리자베스라는 내담자를 치료하면서 이 문서의 내용과 똑같은 상담을 했던 적이 있다. 이후 국내에는 《아주 특별한 용기》로 출판된 책이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프로이트의 억압 이론을 퍼뜨렸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 경험은 종종 의식 세계 속으로 떠올라서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경험이 충격적이면 충격적일수록 그 '억압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힘들었다. 소위 '저항'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으로부터 모든 재앙이 시작되었다.[1]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상담가들과의 상담은 뻔한 패턴으로 반복되었다. 간략히 요약하면 이하의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대화로 정리된다.

내담자: 요즘 이러저러해서... 일도 잘 안 풀리고 입맛도 없고... 스스로에게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어요.
상담가: 흠... 제가 보기에 귀하의 문제는 생각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군요. 혹시...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나요?
내담자: 네? 무슨 소리예요! 저희 부모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시라고요!
상담가: 역시 제 예상대로군요. 귀하와 같은 분들을 많이 접해보았거든요. 물론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 기억을 반드시 되살려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저항하시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질 않아요.
내담자: 어째서 제 부모님이 저를 성폭행했다고 생각하시죠?
상담가: 어릴 때 겪었던 충격적인 성폭행의 기억은 마치 완전히 잊혀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억압되어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귀하는 그걸 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애쓰시는 중이고요. 그 억압된 기억이 귀하의 죄책감과 자괴감을 유발시킵니다. 사실 그 감정은 그 당시에 성폭행을 당하면서 스스로에게 느꼈던 바로 그것이지요...

이래서야 수긍해도 성범죄를 겪은 게 되고 거부하면 더 참혹한 성범죄를 겪은 게 되니 반증은 물 건너간 셈. 애초에 그들은 성범죄 경험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상담가들은 그 이전의 내담자들에게서 분명 이와 같은 치료법이 효과(?)가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놀랍게도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음지에서 가족들에게 몹쓸 짓을 당하는 세태에 분개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이따위 상담이라고 쓰고 개소리라고 읽는 레퍼토리에 내담자들은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나중에는 점차 수긍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담가들은 포근한 소파와 은은하게 타는 양초, 따뜻한 상담실을 마련해 놓고 때로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해줄 수 있다는 너그러운 눈빛으로, 때로는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를 훈계하는 듯한 따뜻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내담자들을 어르고 달랬다. 그들 중 그 누구도 악의는 없었다. 다만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닫지 못했을 뿐.

2.2. 오기억의 형성[편집]

놀랍게도 기억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에서는 이미 수십 년도 전부터 기억이 종종 사실과 달라지고 바뀌게 될 가능성[2]을 지적해 왔으며, 이를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라고 명명했다. 인간의 뇌는 기억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 못한다. 게다가 명백히 가짜인 기억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오를 수 있다! 이와 같은 오기억(false memory) 현상은 심리학자들을 매료시켰고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지 그것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믿기만 한다면 인간은 미묘한 단어의 선택이나 분위기, 타인의 간접적인 증언만으로도 사진처럼 생생한 가짜 기억을 직접 창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담자들도 똑같았다. 처음에는 상담가가 자기 부모님을 모욕한다느니, 그럴 리가 없다느니 하면서 애써 반대하던 그들은 상담이 반복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자기 감정과 과거의 일들을 미묘한 분위기에서 글로 쓰거나 말로 표현하는 등의 활동들을 하면서 점차 누그러져 갔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로 시작된 수긍이 '과연 그랬군요, 어쩐지!'로 변하는 데에는 의외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설명했던 시나리오 그대로였다.

나중에는 불행한 성범죄 경험을 애써 억누르고 살아가는 가엾은 피해자가 자신의 가장 비참하고 부끄러운 과거의 경험을 상기시키고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준 고마운 멘토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 모두 더없이 진솔했으며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실제로 피해자였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상담가들은 끊임없이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으며 응원했다. 그들은 '우리는 함께 진실을 찾아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당신에게는 이제 도움을 줄 사람이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끝까지 용기를 잃지 마세요, 제가 항상 응원할 겁니다, 결국 정의가 승리할 겁니다' 같은 진심 어린 멘트들이 피해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들을 상처받기 쉽고 무기력하며 무방비 상태인 어린 소녀라고 말해주는 상담가들은 피해자들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전폭적 신뢰의 대상이었다.

이제 이들 피해자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겪게 되었는지 세세하게 떠올리기 시작했다. 상담가들이 그렇게나 강조하던 그 억압이 드디어(?) 풀린 것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이들은 굳은 마음으로 자신이 겪은 일을 선명하게 떠올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동 성범죄를 혐오하는 시민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 끔찍한 아동 포르노의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버지가 구석에 서 있어요… 저는 6살에서 7살 정도일 거예요. 침대 같은 데 누워서 아버지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바로 제 위에 있어요! 아버지가 절 만지는 게 느껴져요. 제 다리를 만지고 있어요. 아버지가 제 다리를 벌리려고 해요. 아버지가 제 위에 올라타 있어요. 맙소사, 안 돼요, 아빠. 안 돼요!"

"…아버지가 수잔을 꼼짝 못 하게 눌렀어요… 수잔의 다리는 매트리스 밖으로 빠져나와 앞좌석을 향하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다리를 벌리고 수잔의 몸 위에 걸터앉아… 양 손과 팔꿈치로 수잔의 두 팔을 누르고는… 음…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했어요. 성교하는 자세로요… 음, 그런 동작을 계속했어요. 저는 밴 뒤쪽으로 건너가 수잔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는데 정말 겁이 났어요…"

"…저는 테이블 같은 데 올라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한 손으로 제 왼쪽 어깨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어요. 한 흑인 남자의 얼굴이 보였고 웃음소리가 들렸고 몸 아래쪽에 타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어요. 소리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손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어요…"

-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E. Loftus, pp. 34~35; 84; 128

결국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님들을 자기 손으로 법정에 세우기에 이르렀다.

2.3. 고발당한 가족들[편집]

"...성추행에 관한 당신의 기억이 여전히 희미하다면 자세한 내용을 대라고 닦달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성추행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없다..."

- 《아주 특별한 용기》, E.Bass & L.Davis(E. Loftus, p. 106에서 재인용)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들은 금지옥엽처럼 키운 딸에게 고발당했다. 미국 전역에서 아동 성범죄 혐의로 아버지가 피고석에 서기 시작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는 옆집 샘 아저씨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는 뒷집 조이 아저씨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개처럼 끌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미국인들은 전율하며 치를 떨었다. 친아버지가 친딸을 강간하다니 세상 말세라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한탄하면서.

끌려온 아버지들은 입을 못 열었다. 그저 '무슨 죄로 여기 서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모두 내 책임이다. 이 못난 아버지를 용서하고 다시 예전처럼 화목하게 지내자'는 말만 되풀이 했을 뿐이다. 사실 이들을 위해서는 변호사라도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별로 없었다. 그들은 딸의 증언대로라면 그저 둘도 없는 추악한 아동 성범죄자, 상습적인 근친상간을 하면서도 태연하게 이중 생활을 한 존재였다.

이미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을 비롯한 모두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남은 것은 과연 이 아버지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처럼 보였다. 아버지가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딸이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울먹이며 토로하는 '참혹한 증언'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렸다. 어떻게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았던 일을 저토록 생생하게 증언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법정에서 다시 만난 딸들은 아버지를 무슨 버러지 보듯이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딸의 입장에서는 저항할 수 없었던 과거의 어린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범죄자에 불과했다. 마음이 약해질 것 같은 사람에게는 상담가가 바로 고발하는 법을 여러 차례 집어넣었다. 법정 뒷뜰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흐느낄 때, 이 '가련한 피해자'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상담가와 행복하게 포옹했다.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은 행복이었으니까. 그렇게 미국 전역에서 화목하던 가정들이 누군가의 세 치 혀로 인해 하나둘씩 무너져 가고 있었다.

2.4. 근친상간을 부추기는 상담심리사 업계[편집]

"...그냥 말할 게 아니라 진실로써 표현하라.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 오해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면, 언제든지 사과하고 오해를 풀 수 있다..."

- 《억압된 기억》, R. Frederickson(E. Loftus, p. 300에서 재인용)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것은 심리 치료사들과, 여성 운동 단체, 성추행 기억 회복 운동 관련 작가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들이 찍어낸 책들은 대개 서로가 서로의 책을 베끼며, 근친상간과 억압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켰다. 예를 들면 미국 여성의 1/3이 어린 시절 성추행당했다는 잘못 된 통계를 한 책이 인용하면, 다른 책들이 그 내용을 서로 인용하면서 누가 출처인지 알 수가 없게 되고, 결국 사실이 되는 식이다. 또한 이런 책들은 인기를 위해 성추행을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떠받들거나, 성추행만 해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거기다 이런 책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과격한 행동을 요구했다. 그 것이 위에 서술된 가해자에 대한 고발과 고소인데, 이런 책들은 앞다투어 과격한 고발 사례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오빠의 결혼식에 찾아가 오빠가 아동 성폭행범이라는 전단을 돌린다거나, 성폭행 피해자 단체 회원 20명이 가해자의 직장에 몰려가 포위한 채 자백하라고 협박한다든지..., 만일 거짓이었다면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책들은 이런 행위를 적극 부추긴다. 그에 대한 대비책이라고는 위에 인용했듯이 사과하면 용서해줄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낙관론뿐이다. 로프터스는 책에서 딸에게 성추행 고발을 당하고 자살한 어머니의 사례를 인용하는데,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사과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매우 지저분하게도 이 책들은 소송 시 받을 수 있는 액수와 소송법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그 돈은 피해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이고, 치료나 상담금을 낼 때도 유용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파산해서 상담료 낼 돈이 없어진 피해자들이 정신병원으로 가게 되는 걸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는 대목. 하지만 책은 소송이야말로 가해자에 대한 완전 승리이고, 피해자들은 소송을 통해 안도감과 승리감을 느낀다는 둥 미화에 여념이 없다. 일부 책에서는 친절하게 이런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까지 소개해준다. 치료사 업계라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2.5.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가 나서다.[편집]

파일:attachment/loftus.jpg

기억 심리학자 Elizabeth Loftus의 모습. 사진 출처는 이곳.

...이러한 주장의 일부는 부정되었고 일부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일부는 검증 불가능합니다.

- E. Loftus

"제 가정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당신의 연구에 관해 꼭 알아야겠습니다. 절박합니다."

"...남편이 8개월간의 간암 투병 끝에 죽기 일주일 전의 일입니다... 제 막내딸이 아버지가 자신을 성추행했고 어머니는 자신을 보호하지 않았다며 저희를 고발하고 나섰습니다. 저는 상처받았습니다.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니까요."

"현재 28세인 딸이 4년 전 느닷없이 저희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버지는 3개월 된 자신을 강간했고 어머니는 아주 어린 나이의 자신을 거듭 강간했으며 오빠 둘 중 한 명도 줄곧 자신을 강간했다는 겁니다.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딸아이가 마치 딴사람으로 뒤바뀐 것 같습니다."

"막내아들이 신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훈련의 하나로 2주간의 집중 카운슬링 과정을 거치고 나더니 얼마 안 있어 저와 제 아내가 자신을 성추행했을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성추행당하는 것을 묵인했다며 저희를 고발하고 나섰습니다..."

- E. Loftus, 같은 책, p. 21

로프터스 교수는 기억의 인지적 접근에 관련된 권위자다. 일찍이 교통사고 목격자가 내뱉은 말, 악마 숭배자들의 비밀 집회 증언 같은 주제로 여러 차례 법정에서 전문가로서 증언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법정에서 '인간의 기억은 너무나도 쉽게 바뀔 수 있으며, 때로는 생생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창조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면, 검사들은 '세부적인 기억이 바뀔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성폭행이라는 심각한 충격적 사건이 그렇게 쉽게 혼동이 올 리는 없다. 당사자의 진술은 꾸며낸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세세하고 생생하다'라고 받아쳤다.

로프터스는 이들이 내뱉는 주장을 깨부수려고 애썼다. 검사가 말한 대로, 지금까지 나온 심리학 실험들은, 아동 성폭행처럼 당사자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사고와 엮이는 기억과 무관했다. 오기억을 다룰 뿐이었지, 이렇게 디테일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교수이자 연구자로서 로프터스는 적당한 실험을 만드려고 애를 먹었다. 요건은 하나다.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할 가능성을 증명할 만큼, 강력하면서도 연구 프로젝트가 괜찮다고 윤리 위원회에게 승인을 받아내는 일이었다. 너무 비슷하게 실험을 디자인하면, 참가자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심어줄 뿐이었다. 그렇다고 이거를 의식하다가는, 법정에서 증거로 내세울 만한 가치도 떨어진다. 마침내 동료 인지 심리학자와 차 안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탄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1. 어린 자녀에게 (사전에 실험 주최자와 입을 맞춘) 부모가 '과거에 쇼핑몰에서 널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말해준다.
2. 자녀가 부정하거나 거부하면 그것이 진짜라고 강조하며 조금씩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준다.
3. 자녀가 점차 그 상황을 인정하면서 (부모나 실험 주최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온갖 상황 설정(?)들을 진술하는 것을 확인한다.
4. 나중에 자녀가 그것을 확신하게 되면 "사실 그거 다 지어낸 거짓말이야" 라고 말해주고 나서 자녀가 황당해하고 쪽팔려하는 모습을 즐긴다(?).

유년기의 트라우마적 사건, 암시적 메시지를 전할 권위 있고 신뢰할 만한 사람, 암시에 걸리기 쉬운 피험자. 기억 주입을 위한 최적의 실험 디자인이었다. 최초 실험 대상자는 그녀가 어느 파티에서 만난 동료의 8살짜리 딸. 놀랍게도 그 소녀는 부모가 이런저런 그럴싸한 상황 설명을 해주자 실험을 시작한 지 불과 5분 만에 거짓 기억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로프터스가 가르치는 한 학부생조차 과제물로써, 가까이 알고 지내는 한 어린아이에게 오기억을 주입하는 과정에 성공했다. 반면 부모들을 상대로 이러한 시도를 했을 때에는, 아무리 되풀이해서 가짜 이야기를 설명해 봐도 실패했다. 도리어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로서 죄책감이 든다고 반응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까지 오기억이 전염될 염려는 없어 보였다.

로프터스는 통제 집단으로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 세 가지와 실험 집단으로서 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 한 가지에 대해 실제 상담가들이 활용하는 기억 회상 방법을 동원하여 어린이들이 매일 그것을 진술하게 했다. 그리고 2주 후 어린이를 직접 인터뷰해서 그들이 그 가짜 사건을 기억하는지 1~10 사이의 숫자로 그 기억의 생생함을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물론 정서적으로 불안한 어린이를 배제해서 혼란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할 다른 절차도 집어넣었다. 그리고 실험 결과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내뱉은 증언을 그대로 표상했고, 법정에 제시되었다.

때마침 《플레이보이》, 《타임》, 《토론토 스타》,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에서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반박 기사들을 싣기 시작했다. 역풍이 분 셈이다. 한때 상담가들에게 코너를 마련했던 언론들은, 이제는 어린 시절 성추행에 대한 근거 없는 고발이 북미를 산산조각내고 있다고 고발했다. 분기탱천한 상담가들은 그들에게 'retractor'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들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에게도 마수를 뻗쳤다. 거기서도 그나마 입장이 온건했으며, 교수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여성 인권단체와 페미니스트 집단, 성범죄 관련 시민 단체가 나서서 로프터스를 회유하려고 시도했다. 다른 비판자들이 상담가들을 사기꾼으로 몰아붙였지만, 로프터스는 공식적으로 그러한 입장에 반대하는 인물이었다. 논쟁은 남성여성의 성대결을 대변하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들불처럼 일어나던 묻지 마 고발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점차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함부로 끄집어내려는 것에 주저하게 되었고 아동 성범죄를 유도하는 상담가들의 무책임함을 깨닫게 되었다. 한 사람은 딸과 완전히 의절한 뒤부터, 사설 정보 업체를 고용해서 심리 치료 과정을 몰래 녹취했다. 그리고 이 녹취 자료는 곧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는 더 나아가 주 정부에게 어린 시절 성추행에 관련된 상담 증언에 대한 법안 발의에 나서기도 했다.

"...만일 제 딸이 누군가에게 성폭행이나 강간을 당한다면 저는 그 가해자를 법이 허용하는 모든 죄목으로 고발할 것입니다. 만일 어떤 치료사가 내관(內觀)적인 치료 기술을 이용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기억을 제 딸의 머릿속에 만들어 낸다면 그 치료사도 성폭행 가해자와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 셈이며 법이 허용하는 모든 죄목으로 고발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지금 미국 전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거짓 고발 사건에는 3중의 비극이 존재합니다. 첫째, 진짜로 성추행을 당한 아이들에게 쓰여야 할 시간과 노력과 돈이 성추행을 당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조사에 허비되고 있습니다. 둘째, 자신이 성추행당했다고 믿도록 유도된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없었는데도 그런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무 죄 없이 파괴되는 가정이 많아지는 만큼 잘못 고발된 부모와 가족들이 상처를 입게 됩니다.

저는 성추행 피해자와 성추행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당했다고 믿게 된 사람들, 그리고 잘못 고발된 사람들 모두에게 이로운 균형 있는 입법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 E. Loftus, 같은 책, pp. 342~343

3. 뒷이야기[편집]

"우리 문화에서 지옥은 설 자리를 잃었다... 우리는 간절히 지옥을 재발견하고 싶어하며 확신하건대 오늘날의 문화에서 지옥이 재발견되는 곳은 바로 우리의 어린 시절이다... 우리가 더 이상 심리학자가 아니라 사제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지옥의 아가리에서 구해내고 있다."

- J. Hilman & S. Passy

재판이 끝난 뒤부터는, 피해자와 나머지 가족은 관계가 엄청 비틀린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 이혼하고 몸져 눕거나,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고 피해자는 나중에는 갖가지 약물에 찌들어서 정신병원에 갇힌다. 더구나 상담료도 내지 못해서 빚쟁이에게 쫓길 때도 많다. 대부분 이러한 상담은 내담자가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므로 그만 주화입마해서 직장이고 뭐고 팽개치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되살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요법에만 광적으로 몰두하게 된다. 그만큼 행복한 결말은 아주 드물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는 이것 때문에 갑자기 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현대 심리학자치고는 매우 드물게, 대중적인 명성을 누린다. 물론 그만큼 위협도 늘어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참석하는 곳마다 무장 경찰이 들어선다. 로프터스 교수와 오기억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EBS에서 만들었을 때, 이와 관련된 인터뷰를 하면서 잠깐 나왔다. EBS에서도 똑같이 '쇼핑몰 미아 실험'을 시행했는데 피험자 소녀는 울고 있던 자신을 데려다가 미아 보호소로 안내한 고마운 분에게 감사 편지를 쓰기까지 했다.

이 사고가 일어난 뒤부터,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가?'가 주제인 연구와 논쟁이 늘어났다. 로프터스 교수의 연구도 많이 받았으며, 유년기의 성폭행기억이 억압될 수 있는지도 아직은 확답이 안 나왔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일어난 연구들은, 기억의 본질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했다. 인지적 면접처럼 수사 기법이 진일보한 사례도 있다. 아무튼 현재 학계에서 내놓은 중론은 이렇다. '본인이 어릴 때 겪었던 일일수록, 기억이 조작되기 쉽다.' 심상 훈련이나 꿈해석 같은 기법도 기억을 조작하는데 유용하다. 즉 유년기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억은, 조작일 확률이 높다.

한편 이로 인해 널리 알려진 오기억 이론은 뜬금없이 네오 나치들이 매우 좋아하는 이론이 되었다. 물론 본인들이 내세우는 홀로코스트 부정설을 더욱 강력하게 내세우려는 수작질이다. 즉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근거로 이걸 내세우는 것. 그러나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료로 멀쩡히 남아 있는 사실인 데다 이사람 이론대로라면 오히려 홀로코스트가 확증되어 도리어 비웃음만 사는 중이다. 로프터스 교수 본인도 이 소식을 듣고는 굉장히 불쾌해 했다고.

일반적인 법 감정을 따지자면, 이것은 매우 곤혹스러운 문제를 부른다. 아무리 피고가 둘도 없는 악인이라도, 아무리 원고가 울먹이면서 자신이 겪은 참담한 일을 용기 있게 증언해도, 판결은 (판사가) 끝까지 용의자가 실제로는 범죄와 무관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어야만 한다. 의심스럽다면 끝까지 피고를 옹호하라는 소리다.

4. 대중매체[편집]

  • Law&Order SVU
    이를 다룬 에피소드가(시즌3, 1화) 있는데 무책임한 한 명의 상담심리사가 어떻게 한 가정을 파탄내는지 아주 제대로 보여준다. 아버지가 특히 안습인 게 자신이 피해자라 생각하는 첫째 딸과 가족들에게 인간 말종으로 몰리는 것도 모자라 둘째 딸이 우발적으로 쏜 총에 사망하는 캐안습을 보여준다. 둘째 딸은 증인으로서 면책 특권을 부여받은 상태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바람에 법적처벌도 받지 않게 된다. 결국 검사 결과 첫째 딸이 처녀라는 게 드러나 상담심리사는 짤없이 쇠고랑.

  • 리그레션

  • 더 헌트

  • Disclosure - <쥬라기 공원>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성추행을 주제로 하는 책. 마이클 더글라스와 데미 무어가 출연하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한국에서의 영화 제목은 폭로.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법적 케이스스터디로 나오는데, 대강 이야기는 이렇다. 성인 여자가 매일 악몽을 꾸는 바람에 정신상담을 하게 되는데, 상담 중에 최면술을 걸어보니 어릴 적에 자신의 아버지가 한여름 동안 자기를 여러 번 성추행했던 기억이 나온다. 당연히 가족은 풍비박산났고 아버지는 성범죄자로 재판까지 받는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문득 그때의 사업상 출장 기록을 보니까 아버지는 그 여름에는 출장 때문에 집에 있지도 않았다. 아마 출장 때문에 곁에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 변질된 기억으로 남았다는 결론으로 나와서, 아버지는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딸과의 관계는 회복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하고도 멀어지고 혼자 쓸쓸히 살다가 죽었다는 것. 아버지의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이 씁쓸하다.

  • 명불허전(드라마) - 상담을 보려고 온 여주인공에게 상담심리사가 이 일을 언급한다.

  • 유진과 유진

  • 크리미널 마인드 - 시즌 7 에피소드 18에서 잠시 언급된다. 어린 시절의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려 아버지에게 불리한 내용을 증언하는 증인을 관찰하며 에런 하치너는 지어냈다기엔 너무 자연스럽고 격렬한 반응이라고 평하고 데이비드 로시는 이 케이스를 들며 크게 신뢰가 가는 내용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는 이 사건에서 증인의 아버지는 범인이 맞았지만.


[1] 물론 이런 과거의 선행사건에 대한 억압 - 저항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람도 있긴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었다는것을 상담자들이 간과했다는게 큰 문제다. 한 마디로 상담자들이 제대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버린 것. 게다가 피본 건 저런 원리가 작용되지 않은 멀쩡한 어린애를 둔 가정들이었다는게 가장 문제.[2] 방어기제의 억압(repression)과 의미가 통하기는 하나, 기억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인 인지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여기서는 억제(suppression)라는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 여담으로 이에 대한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저 유명한 "백곰 실험"(ex. "백곰을 떠올리지 마세요. 떠올리게 되면 버튼을 누르세요")을 통해 연구된 사고억제 현상. 어쨌거나 현대의 인지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에 의존하지 않고 기억이 변화한다는 것을 논의해 왔다.